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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영화 이 장면] TAR 타르

토드 필드 감독의 ‘TAR 타르’(이하 ‘타르’)는 베를린 필하모닉 최초의 여성 지휘자로 설정된 이리나 타르라는 허구의 인물을 다루지만, 주연 배우 케이트 블랜쳇은 마치 실재 인물을 재창조하는 듯 생생한 연기를 보여준다. 전반부가 타르의 카리스마를 보여준다면, 후반부는 서서히 붕괴하는 거장의 복잡한 내면에 집중한다. 성 추문에 휩싸인 타르는 결국 지휘봉을 놔야 하는 상황에 처하며, 사랑했던 사람들은 모두 그의 곁을 떠난다.   여기서 그의 연기를 감싸는 건 촬영감독 플로리안 호프마이스터의 치밀한 카메라다. 필름으로 찍은 듯한 느낌, 심도 깊은 화면, 꼼꼼하게 설계된 조명, 탄탄한 구도의 앵글 속에서 블랜쳇은 압도적인 피사체가 된다. 특히 클로즈업의 힘은 대단하다. ‘타르’는 롱 숏에 타르의 고독한 모습을 담기도 하지만, 종종 클로즈업으로 그의 존재감을 과시한다.   특히 타르를 정면으로 포착한 후반부 장면은 인상적이다. 지휘자 자리를 빼앗긴 그는 지휘대로 돌진해 폭력으로 후임자를 밀어내는데, 그 결연한 행동 직전의 심정을 담아낸 이 클로즈업은   마치 다큐의 한 장면 같은 현실감을 지녔다. 이처럼 ‘타르’는 강렬한 클로즈업과 소외된 느낌의 롱 숏을 교차시키며 리듬을 만들어내고, 그 안에서 괴물 같은 배우는 괴물 같은 캐릭터를 만나 영화사에 남을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158분의 러닝타임을 이처럼 밀도 있는 아우라로 채울 수 있는 배우는 흔치 않다. 김형석 / 영화 저널리스트그 영화 이 장면 타르 tar tar 타르 촬영감독 플로리안 여성 지휘자

2023-02-24

“‘여성 지휘자’ 아닌, 지휘자로 불리고 싶어”

 지난 14일 샌프란시스코 전쟁기념오페라하우스. 샌프란시스코오페라(SFO)가 공연한 루트비히 판 베토벤의 오페라 ‘피델리오’ 1막이 끝나고 커튼이 내려가자 관객들은 박수를 쏟아냈다. “브라보!” 함성이 공연장을 울릴 때 김은선(사진) SFO 음악감독은 무대 뒤에서 차분히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는 절망감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2막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기술적 문제를 어떻게 보완할지 고민했다. 첫 여성이자 아시안 음악감독인 김 감독은 “예술가는 절대 만족하지 않는다”며 웃었다.     뉴욕타임스(NYT)가 19일 세계적 오페라단인 SFO의 김 감독을 집중 조명했다. 한국에서 태어난 그가 여성, 그리고 아시안 최초로 100년 역사의 이 오페라단 음악감독을 맡으며 길을 개척해나가고 있다며 “오페라의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극찬했다. NYT는 “SFO가 그를 임명한 것은 곧 클래식 음악산업이 변화할 것이란 신호”라고도 전했다.     김 감독은 아버지인 김성재 전 한국 문화부 장관, 교사인 어머니 밑에서 자라며 어린 시절부터 피아노를 공부했다. 대학에선 작곡으로 전공을 바꿨고, ‘라보엠’을 연출하는 것을 눈여겨 본 교수의 추천으로 지휘를 시작했다. 당시 교수는 “여자이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그는 ‘여성’이라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을 원치 않는다. 한국 최초의 산부인과 여의사였던 할머니를 떠올리며 김 감독은 “과거엔 할머니를 모두 ‘여의사’로 불렀지만 이제는 아무도 그렇게 부르지 않는다. 나도 그저 지휘자로 불리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8월 정식 부임한 김 감독은 갈수록 줄고 있는 오페라 관객 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이미 오페라 관객 수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전부터 꾸준히 줄었다. SFO의 박스오피스 수입은 해마다 줄어들고 있으며, 관객 평균 나이가 67세에 달하는 관객 고령화도 풀어야 할 숙제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유색인종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관련 산업이 어려워진 이유다. 2018년 기준 SFO 관객의 70%는 백인인데, 샌프란시스코 내에서 백인 비중은 53%밖에 되지 않는다. SFO는 김 감독을 선임하면서 유색인종 사이에서도 저변이 넓혀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김 감독 역시 도전할 준비가 됐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디지털 세상에서 자란 사람들과 오페라를 연결할 방법을 찾는 게 우선”이라며 “오페라는 지루하거나 늙지 않았다. 2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인간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김은별 기자NYT 지휘자 여성 지휘자 오페라단 음악감독 샌프란시스코 전쟁기념오페라하우스

2021-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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